생각나는대로~~

아들과 첫 산행......

인권 2007. 1. 20. 23:06

어젯밤에 " 내일은 혼자서 소요산에나 다녀 올까" 생각하던 차에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아들이 돌아왔다.

"현철아, 내일 아빠랑 산에 갈래?"

" 어디로 갈건데요?"
"청계산에 갔다 오자" 했더니, 아들은 곧 "예"라고

대답을 했다.

내게 너무도 이상하게 받아 들여지는게 아닌가.

지금까지 아들과 산행을 한번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군생활 2년, 전역하고 바로 영국에 공부하러 1년여 갔다 오자마자

서울에 있는 학원에 두군데 등록하고 쉴 틈도 없이 공부하러 매일같이 서울에 오간다.

1년 가까이 외국 생활을 하고 왔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해도 좋으련만 ...

아무튼 25년동안 성장하면서 우리 부부에게 속을 상하게 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아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만하다.

 

 

 

오늘 산에 가기로 했는데,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일부러 깨우지도 않았다.

한참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아홉시가 거의 되어

아들이 일어났다.

"아빠, 산에 안 가세요?" 라고 묻기에

"네가 일어나지 않아서 기다렸지"

사실, 나는 청계산보다 수리산에 갈려는 생각이었다.

아들의 산행 수준도 잘 모르고, 수리산이야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조금 늦게 나서도 시간적으로는 전혀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엄마는 안가?" 라는 질문에

" 아빠하고 둘이만 다녀와. 엄마는 집에서 쉬고 싶다.오늘은 컨디션이 별로네" 라는

 대답에 아들은 조금은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주섬주섬 베낭을 챙겼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지금까지 산에 가본 적이 없는 녀석이라 등산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안돼있다.

베낭은 고사하고 "등산화, 등산복이 없어서 어떻게 갈래?" 하니까

" 그냥 츄리닝에 운동화 신고 가지요" 라고 서스름없이 대답한다.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 그래 오늘은 그렇게 가고 다음에 등산 용품을 준비하자" 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집을 나섰다.

20여분 걸어서 중앙역에 도착하여 마을 버스로 수암봉 주차장에 도착하여 열 한시쯤

산행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들이 어릴적엔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갔지만, 둘이 산에 오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나는 속으로 "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다. 내게 영원히 기억되는 날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산행이라 아들이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산행 수준이 괜찮았다.

직선 코스가 아닌 삥~ 돌아서 수암봉 정상까지 오르는데 한번 쉬고 제법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수암봉에서 시원한 아이스케키를 하나씩 먹고 슬기봉을 향해서 갔다.

슬기봉 정상에는 군 부대가 있어서 우리는 우회 길을 선택했다.

근데 이게 왠 일인가?~

겨울 가뭄에 다른 곳은 발자욱에 먼지가 일어났는데, 우회길은 해가 들지않는

응달이라서 그만 내가 미끄러지고 말았다.

일반 운동화에 츄리닝을 걸치고 나온 아들이 많이 걱정됐다.

아들과 나는 조심히 발걸음 떼면서도 몇번씩 미끄러져야만 했다.

그때마다 우리 부자는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를하면서 부자간의 또다른 정을

쌓면서 슬기봉에 도착했다.

슬기봉에서 아내가 준비해준 도시락과 커피, 과일을 먹고 수리산 역을 향해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직선 길도 있지만 일부러 우회해서 약간은 먼 길로 하산하니, 수리산 역에 세시

반쯤에 도착했다.

 

아들과의 난생처음 네시간여동안 산행을 하면서 이러 저러한 유익한 대화도 나누고

부자간의 많은 정도 쌓았다.

앞으로 학교 공부를 마칠려면 2~4년은 더 기다려야한다.

시간이 되는 대로 아들과 산행을 자주하면서 건강을 잘 지키련다.

아들의 산행 수준이 이정도라면 무지개 산악회에 데리고 나서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듯 하다.

건강한 가정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건강한 사회는 곧 건강한 나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